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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카페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길을 한번 건널때 마다 커피를 파는 카페가 적어도 하나씩, 아니 이제는 두 개는 있는 것 같다. 


거리 맞은 편에도 새로 개장한 커피전문점이 들어선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자주가는 카페에서 무선인터넷(Wi-Fi)에 연결해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커피카페 커피카페 by 댄퍼잡스키_Dan Perjovschi>



>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어디에서 만나야 좋을지 항상 고민을 한다. 가장 만나기 좋은 곳은 커피전문점이다. 비즈니스 때문에 미팅을 가질 때도,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카페밖에 없다. 커피전문점은 그만큼 누군가를 만나기에 가장 부담이 없는 공공적인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것 참 이상하다. 현대인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틀림없음에도, 그에 비해 커피가격은 생각만큼 저렴하진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점심값보다 커피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 3명에서 커피를 마시면 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간단한 디저트메뉴라도 추가하면 한끼 식사 가격을 훌쩍 넘겨버린다. 오죽하면 돈을 모으려면 커피부터 끊어야 겠다는 우스갯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카페를 즐겨 찾는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는 시간대에 따라 서서 기다려야 겨우 자리가 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명동같은 번화가도 아닌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자리잡은 카페가 이토록 성황하는 이유는 뭘까?



> 제 3의 공간[각주:1]


현대인에게는 집과 직장이 아닌 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카페는 흔히 말하는 제 3의 공간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의 장소가 되는가 하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사색에 잠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집에서는 영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수다를 떠는 것도 카페에서 하면 왠지 깔끔하고, 지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그런지 근 몇년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렇듯 시나브로 카페는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이것보다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분위기를 파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단어의 의미가 조금 변했는지 카페에 노닥노닥 거리며 그다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소비를 하는 것을 '된장질'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다. 


된장질의 최고단계는 무엇일까? 카페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값비싼 브랜드의 노트북을 연결시켜 놓고, 웹서핑을 하는 것일까? 서울에 있는 어떤 카페에 가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더 이상 이국적이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뼈속까지 커피향이 날 정도로 카페라는 제 3의 공간에 중독되어버렸다. 전세계를 열광시킨 유행가 가사 중에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여자'라는 가사가 나오지 않던가...


여담이지만, 이제 커피전문점들은 간단한 핑거푸드에서 벗어나 브런치(Brunch)나 식사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각주:2]




> 누군가에는 사무실, 학생들에게는 독서실의 대체제


잘 나가는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들어서면 가장 익숙한 풍경은 무엇일까? 몇년 전까지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테이블 위에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영어책, 수학책을 놓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가끔은 공모전을 준비하는 듯한 대학생들이 여럿 앉아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카페의 풍경이 되었다.


몇개월전, 이른 오전 시간에 어떤 카페에 갈일이 있었다. 옆에 자리를 잡은 어떤 사람은 노트북을 열고 Skype로 화상채팅을 하고 있다. 외국의 어느 바이어와 통화를 하는지 영어실력이 유창하다. 통화가 끝난 후 결과를 여러 관계자에게 이메일로 보고하고, 잠시 후 비즈니스를 하면서 알게 된 어떤 이와 만남을 갖는다.


두 명의 커플이 소형 울트라북을 들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같이 웹서핑을 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쇼핑몰을 창업할 생각인지 이곳 저곳 쇼핑몰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워크(SmartWork)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시간과 장소를 절약해주기 보다는 커피전문점에게 단골손님을 증가시켜 주었다. ^^


코피스족(Coffee + Office)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울트라북,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카페는 좋은 이동형 사무실이 되었다. 몰입을 하기 위해서 적당한 소음은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카페가 제3의 공간을 톡톡히 하는데 심리학적인 보탬까지 주고있다.[각주:3]







> 그래서... 카페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결론은?

커피는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자. 정말 커피맛이 좋아서, 커피 애호가라서 값비싼 커피를 돈 주고 마시기 위해 오늘도 커피전문점에 가는가? (물론 순수히 커피를 위해 뭇 커피전문점을 찾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


나는 아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울트라북과 태블릿PC,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까지 내가 가장 즐겨찾던 곳은 커피빈(Coffee Bean & Tea Leaf)다. 지금은? 무선인터넷이 되는 카페라면 어디라든 좋다. 커피의 맛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무선인터넷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와 비슷한 코피스족들, 그들은 어떤 재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커피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커피전문점이 이미 서울의 문화가 되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 커피전문점은 더 이상 커피를 팔지 않는다. 






> 그 많던 제 3의 공간은 다 누가 먹었을까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이미 서울의 거리는 카페로 넘쳐난다. 충분히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실제로도 커피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니까...


한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라이프스타일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영향력 때문에 우리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었다면? 이런 생각은 '스타벅스·할리스·카페베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각주:4] 이라는 기사를 읽고 나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두들 조금은 놀랄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자,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책을 읽고, 웹서핑을 하고, 수다를 떨고, 공부를 한다. 

카페가 생겨나기 전에는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나?


  1. 레이 올덴부르크의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정의된 제 3의 공간 [본문으로]
  2. 식사도 하세요 별다방-콩다방의 유혹 (동아일보 2013.01.30) [본문으로]
  3. 아이디어 얻으려면 스타벅스로…적절한 소음이 창의력 촉진 (한국경제 2012.6.22) [본문으로]
  4. 스타벅스·할리스·카페베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파이낸셜 뉴스 2012.5.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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