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I] 서울지방병무청으로 신검 받으러 갔던 날 : 군 징병검사는 피곤해, 나라사랑카드

2012. 10. 4. 22:48일상🤔Scrib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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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I, Episode 1


2009년 3월 10일, 

당시 25살인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군 입대라는 것은 나에게 과연 선택이었을까? 남미에서 11년이란 긴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영주권자로 군 복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병무청에서 안내를 받았다. 재외국민 자격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자동으로 연기가 되었고, 성균관대학에서 4학년 1학기까지 모국수학을 하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다. Work & Travel 인턴프로그램으로 미국에도 다녀왔고, 도중에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을 알게되 전세계에 친구들도 사귀었고...  그래...  이제 선택을 할 때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군 복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해외에서 산 오랜 경험때문에 외국에 정착하고도 싶었다. 게다가 당시 이탈리아 텔레콤 인턴 연구원으로 발탁되어 1년동안 이탈리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졌기 때문에 아마도 더 갈등했으리라. 


그러고보니... 한때 병무청에서 주관하는 '병무알림이'로 활동한 경력도 있는 나는 병무청장에게 우수활동자로 표창도 받았다. 남들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나람의 부름을 받아 군복무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혀갈 때이다. 이때 나에게 영향을 많은 준 사람은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인 이루마씨,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입대를 했는데... 2008년 4월 15일 성균관대에 와서 해군 홍보 콘서트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사용하던 학생수첩에 싸인도 받았다 ^^)  아무튼 후에 알아보니 이루마씨도 군입대를 결정하게 된 속사정이 많은 것 같던데... 나도 그와 매우 비슷한 케이스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


병무청에 전화를 걸어서 상담을 한 후 지금 당장 입대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1년동안 이탈리아에 갔다온 후 군복무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병무청에서 일하는 사람이 설명을 해주길 나는 재외국민 영주권자 이기 때문에 신검을 원하는 날짜에 정할 수 있단다. 신체검사를 받으러 난생처음 서울지방병무청으로 향했다. 타고난 길치인 나는 찾아가는게 결코 쉽진 않더라. ㅋㅋ




Military Manpower Administration


:: 서울지방병무청 찾아가는 길 ::


내 기억으로 1호선 대방역에서 4번 출구로 나가서 찾아간 것 같다. 3월이지만 날씨는 꽤 추웠다. 홀로 대방역을 거닐다 보니 '아 이곳이 한국이구나'라고 실감하게 된다. 4년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아직 한국은 가끔 낮선 풍경이다.



서울지방병무청 가는길... :)


주변 풍경은 쌀쌀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길을 홀로 걷다보니 앞에 나보다 어린 학생들이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음.. 한국은 몇살때 신체검사를 받더라... 19살? 아무튼 나는 당시 25살이니까... 이날 신체검사를 받는 대부분의 아이들보다는 나이가 많았으리라... :)


병무청으로 징병신체검사를 받으러 가는 듯한 학생들...


아무튼... 시간에 맞춰서 1징병 검사장인지 2징병 검사장인지로 향했다. 아마도 2징병검사장으로 간 것 같다.솔직히 어디로 들어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3년전 일이니까... ㅋㅋ 


이날은 꽤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징병검사는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피곤하더라. 군의관들이 그렇게 친절한 존재들은 아니고 몇몇 군의관들은 신검받으로 온 얘들을 상대하기가 귀찮은지 억지로 일하러 끌려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무덤덤하고 별 상관없다는 그들의 태도가 적어도 나에겐 그런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민원봉사실... 여기에 왜 갔더라..? ㅋㅋ 생각보다 서울지방병무청에는 건물들이 많다.




이곳은 징병검사장이 아니다. ㅋㅋ


징병검사장에 도착하면 일단 심리검사와 약간의 지능테스트를 한다. 


이건 컴퓨터로 이루어지는데... 아마도 그전에 나라사랑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진도 촬영해야 할 거다. 사진촬영은 디카로 하는데, 찍은 후에 이 사진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친절하게 선택의 권한을 주기도 한다. 이곳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은행직원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




> 나라사랑카드? 이건 뭐지?


나라사랑카는 쉽게 말하면 신한은행계좌가 연결되어 있는 체크카드다. 한국남자라면 신한은행 계좌를 반강압적으로 하나씩 갖게된다는 이야기다 :)


나라사랑카드, 전역증은 아니다. (T머니 교통카드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계좌번호가 카드번호 밑에 프레스형태로 찍혀있어서 계좌번호를 확인하기 편하고, 나라사랑 이메일주소와 함께 이날 촬영한 사진이 증명사진으로 프린팅 되어있다. 징병검사를 하게되면 여비를 지급받게 되는데, 이게 이 계좌번호로 들어오기 때문에 나중에 돈을 받으면 ATM기에서 인출할 수 있다. 



기록을 찾아보니 여비는 그날 오후 18시에 들어온다. 나는 만원을 받았다.



이날 설명을 듣기로는 이게 비밀번호는 휴대폰 뒷자리 번호인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인가 그렇고... (잘 기억은 안난다. 나중에 신한은행에 가서 암호를 다시 셋팅했다) 잘 간직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군대갈때 가지고 가야 하고 이게 후에 전역증이 될 거라고 뻥을 친다. ㅡㅡ; (전역증 개뿔, 그냥 월급이 들어오는 은행계좌의 체크카드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잃어버려도 나중에 군대가면 다시 새로 만들어준다. 논산훈련소에서 말이지.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군대월급이 들어오는 통장 카드이다. ^^ 

(나는 우리나라 군인도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날 거의 처음으로 알았다.)






> 인성검사 / 심리검사 

컴퓨터로 인성검사인지 심리검사를 하면 되는데... 문항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논리테스트 같은 것이다. 간단한 지능검사도 하고, 인성검사는 마치 설문조사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보면 되는데, 문항이 참 민감한게 많다. 얘를 들면 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가족들고의 사이가 나쁘다. 가정환경이 어떻다. 군대가기 싫다 뭐 이런것들인데... 100문항은 되었던 것 같다. :)


인성검사를 마치고 나니 다른 얘들과는 다른 곳으로 몇몇 아이들을 불러서 가는데... 나도 여기에 따라가게 되었다 (뭐지?) 2층인가 3층인가로 이동해서 어떤 정신과 여의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곳에는 한명씩 대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린 것 같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왠 어린 여자학생이 들어오더니 (아마도 병무청 봉사활동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하나보다) 기다리고 있는 5~6명에게 묻는다. 


'여러분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이 대기실에 여러분이 상담순서를 기다리면서 지루하니까  읽기 좋은 책을 가져다 놓으려는데 어떤게 좋을까요? 원피스? 블리치?'


(ㅡㅡ;) 여기에 덧붙이는 말이 더 웃겼다.


'그런데 원피스는 너무 길고... 역시 블리치가 좋겠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더라.


살짝은 어이가 없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를 위해서 신검을 받으러 온 사람들도 있을텐데 일본만화책 중 어떤게 좋을까요라고 묻다니.. :) 게다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기전에 희희낙낙 소년만화를 보고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 이후로 그 대기실에 어떤 만화책이 놓였는지는 나로써는 알 길이 없다. (웃음)


정신과 의사랑 1:1 면담을 하러 들어갔다. 나는 왜 내가 면담을 받아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갔다. 정신과 상담을 초래할 문항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의사가 나에게 물었다. 


'군대에 가고 싶으셔서 오신거죠?' 

'예 그렇습니다. ' 

'그런데 ○○○님 인성검사 테스트를 보니 군대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 같아서 상담을 받으시는 겁니다.'

'아.. 그래요? 왜 그럴까요 ? 이상하네요.'

 '그런데 보니까 별 문제가 없어보이니 문제없음으로 돌려놓겠습니다.'

상담은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 문항이 기억났다. 질문은 '솔직히 군대에서 2년이란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다''그렇다'라고 대답한 것 같은 생각이든다. 군대에 가면 2년동안 의미있는 일은 대부분 하지 못하고 삽질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때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 같다. (웃음)


이런 문항 하나때문에 정신과 상담까지 해야 한다면 내 후배들에게 한가지 팁을 주고 싶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답하는 것이 이런저런곳에 불려다니지 않고 신검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 ^^


인성, 심리검사를 마치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락커들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에 옷을 넣고, 그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안내하는 사람이 말하기로는 항상 한두명은 이 옷 주머니 안에다 휴대폰, 지갑(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그나마 다행)이나 이 날 신검을 할때 전해받는 내나라사랑카드를 잃어버리고 간다고 하니 주의를 바란다고 이야기 해준다.




> 징병신체검사


신체검사는 피곤하다. 줄을 지어 기다리는가 하면 X-Ray 검사를 하고, 소변검사를 하고, 피를뽑고... 1층 2층으로 옮겨다니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이런 검사들이 끝나면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검사를 받는데... 이곳에서는 흔히 말하는 병사진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군의관들이 상담자체를 해주려 하지 않는다. 즉 몸이 아픈 곳이 있다면 미리 알아서 진단서를 끊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편의를 위해서 이런 관습이 생긴 것 같기는 한데...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군의관이 '어디 문제 있는 사람 손들어봐!' 하고 손 안든 사람은 그냥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시 또 넘어간 곳에서 '이런 이런 문제 있는 사람 손들어봐, 그런데 병사진단서 없으면 정상이야. 손들지 말고 그냥 넘어가!' 이런 식이다.


실제로 지나가다보면 재미난 광경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전 턱 관절이 안좋아요'하면, '밥 먹는데 지장있어? 숟가락이 안들어가서 밥 못먹는 건 아니잖아. 패쓰!' 이런 식이다 (웃음)


나는 당시 건강이 그리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 병사진단서자체가 없으니 모두 일사천리로 패스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쭉... 모든 코스를 돌고 거의 마지막에 치과를 갔더니 사랑니를 발치해야 할거라 한다. 그거 이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


모든 검사가 끝나면 마지막에 출구 근처에 있는 컴퓨터에서 결과가 찍혀 나온다. 나는 1급 현역을 받았다. ^^ 옆에 일하는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출력된 종이를 전해주면서 '1급!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남자네!' 라고 말하더라. (웃음)





생각해보면 카투사를 지원하는게 아니라 공군에 갈것을 그랬어.




내가 군입대를 하게 되는 것은 이탈리아를 다녀 온 그 이후, 

9월에 카투사에 지원해서 합격한 후 1년 8개월 후가 된다.




Episode 1 끝.



* 후에 알게된 사실인데.. 영주권자로 자원입대 신검을 받으면 병무청에서 팔목 전자시계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집으로 택배발송) 나는 2009년에 신검을 받아서 그런지 못 받았지만... 아마도 2010년 징병검사때부터 병무청에서 이러한 제도를 만들었나 보다.  만약 당신이 영주권자인데 자원입대를 할 계획이라면 참고하도록 :)


* 징병 신체검사는 보통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 징병검사를 가는데 밥먹고 가도 되나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침밥은 먹고 가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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