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9. 03:20ㆍ일상🤔Scribble
오랜만에 블로거 뒷담화(Blogger's Monologue)를 써본다.
원래 블로거 뒷담화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재밌는 에피소드를 구성해보려고 한 기획물이다.
처음에는 국내 블로그 생태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글로 채워봤지만... 본래의 의도는 역시 블로거들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하고 예외적인 경험들을 재치밌게 서술한 1인칭 시점의 글... 즉 일상을 특별하게 서술한 '뒷담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동안 나는 군에서 국방의 의무를 이수하고 있었기에... 최근 뒷담화 자체가 있을 수가 없었다. :)
아무튼 오늘은 얼마전에 있었던 꽤 대단한 일을 기록해본다.
국내에서 얼마전 LG유플러스와 구글이 합작을 한 구글TV, 일명 유플러스TV G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발표되었다. IPTV서비스업계를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발표로... 구글TV가 드디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것과 함께 통신사와 합작으로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꽤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자리에 초대된 블로거 기자단들도 매우 대단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비록 내가 메이져리그에서 뛰고 있지는 않지만(?), 2007년부터 블로깅을 했으니 햇수로는 6~7년정도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 나의 존재는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블로거와는 안면이 있는 편이고 그 사람이 어떤 블로그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건 잡설이다 ㅋㅋ 아무튼 초청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6명정도? 이외의 참석자들은 모두 기업관계자들과 언론 기자들, 신문기자들 등등이다.
결론은 구글의 행사라고는 들었지만 뭐 대단한 사람들이 왔겠어... 생각했는데... 이 날만큼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이 행사장에 와 있었다. 바로 구글 본사 상무 Mickey Kim (김현유)님, 나는 평소 그의 구플(Google +)을 Follow하고 있었는데, 참고로 그는 '꿈을 설계하는 힘'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미국 MBA과정을 거처 구글에 입사, 지금은 구글 아시아태평양 사업제휴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마디로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맹활약을 하는 전설의 한국인이 내 앞에서 걸어다니는 것을 보니 내가 꿈을 꾸는 것인지... 트위터나 구글플러스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명인사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현실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물론 강연같은 곳에 따라간다면 볼 수는 있겠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Mickey Kim, (김현유)
사람들과 바쁘게 인사를 나누면서 발표준비를 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서 '미키킴님이시죠?. 저 구플에서 정말 팬인데 기념으로 명함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말을 걸었다. 그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인듯 그 바쁜시간에도 명함집에서 명함을 건네주면서 '당연하죠 ^^ 어떻게 오신 분이신가요? '하고 내게 묻길레... '아.. 예.. 저는 그냥 블로거... 비슷하게 초청되서 오게 되었는데요.. ^^'라고 하니 '아 그러시군요. 잘 써주십시오' 라고 부탁까지 받았다.
(여담이지만 당시 정장 및 Formal 옷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아온 기업관계자들이 제일 많았고, 내 옷차림은 이건 뭐 기자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상당히 informal한 느낌이었다 ^^ EX2F카메라 달랑 하나들고 돌아다녔으니 아마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였다면 쟤는 뭐하는 애인가 했을 것이다.)
아무튼 구글 본사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Mickey Kim(김현유)님을 만난 것은 내게 있어서 엄청난 영광이다.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단순히 구글러와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받은 일로만 끝났겠지만 이날은 이상하게도 조금 특별했다. ^^
장소는 세종문화회관 이었다.
우연히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은 행사장에서 출구쪽에 가까웠다. 다른 블로거분들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이상하게 내 왼쪽 자리가 비어있었다. 행사장에 늦게 찾아온 인사들이 내 옆자리에 잠깐 앉았다 떠나기도 했는데, 어느새 한 여성분이 옆자리에 앉으셔서 맥북을 열고 마구 트위터를 날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범상치 않은 느낌...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니 왼쪽 상단에 No Service라고 떠 있었다. 순간 '아 이분은 한국에 사시는 분이 아니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분이시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LG유플러스 관계자 높은 분이 근처를 지나가다 '아니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왜 여기 계세요?' 라고 그 여성분을 인사차 어디론가 데리고 떠났다. 무언가를 체크하던 아이폰은 바닥에 내팽겨진채... (옆에 서계시던 다른 여성분이 센스있게 집어서 올려두었다)
식사시간이 되자 테이블에 음식이 놓여지기 시작했는데, '의문의 여성'의 자리에는 가방과 아이폰, 그리고 맥북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아무도 없으니 그 자리에만 식사를 서빙되지 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그 분이 돌아왔을 때 식사를 하실 것 같아 웨이터에게 '여기에도 음식 놓아주세요, 잠시 자리를 비우신거니까요 ^^'하고 귀뜸을 해주니 다행히 빈자리에도 음식이 놓여졌다.
맥북프로에 붙여진 트위터 마크가 보이는가?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돌아오신 분이 식사를 하시려고 돌아오셨길레, '제가 여기에 식사를 놓아달라고 했어요. ^^' 라고 말문을 텃다. 가끔 나는 이상하게시리 사교성이 밝아질때가 있다. 평소에는 지독한 아웃사이더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되었는데, 상당히 높은 관계자분도 식사 도중 찾아와 의문의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행사 시작 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김현유(미키김)님도 바로 옆에까지 와서 반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헉 뭐지!) 내 머리속에서 컴퓨터가 엄청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근데 그러면 뭐하나 Input된 데이터가 없으니 누구인지 유추나 할 수 있겠나... 결국 뒤에 지나가던 분들이 힌트를 주셨다. '트위터에서 일하시는 @이수지님'이라고...
근데 아쉽게도 트위터는 내 전문이 아니었다. 아니.. SNS자체가 내 전문이 아니다. 난 트위터 분야는 상당히 무지하다. 오죽하면 이 행사가 열리기 몇일전 '트위터 누구를 위한 매체인가?'라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아무튼 미키김님과 두분이 친하다는 것을 알게되니 왠지 모르게 쉽게 말을 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오늘 미키김님을 처음 뵜거든요. 제가 구플에서 김현유님을 팔로우 하고 있는데....' (아 참!... 상대는 트위터 관계자다 급히 말을 바꾸며) '아.. 물론 트위터도 팔로우 하고 있어요. '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미키김님이 오셔서 나에게 하는 말 '이 분 심심하지 않게 같이 재밌는 대화 나눠주세요' 라고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아... 도대체 뭐지뭐지?
속으로 나는 패닉상태였다. 분명 대단히 유명한 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왔는데 옆에 있는 상대가 누군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한가지 확실한건 트위터 본사 직원이라는 것. 생각과는 또 다르게 내 입에서는 트위터에 대한 의문점에과 질문이 나오고 있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이 많은 것이 블로거다)
'근데 말이죠. 트위터 오스만 라라키부사장이 몇일전에 한국에 방문에 뒤늦게 한국시장 현지화전략을 강화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많은 유저들이 왜 한국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서야 진출전략을 내놨는지 의문스럽게 생각하던데요'
이수지님의 대답, 트위터는 사실상 스타트업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흐르자 옆에 계신 다른 블로거분도 트위터가 인수한 트윗덱(TweetDeck)이 결과적으로 퇴화한 이유에 대해 묻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이쯤되자 이수지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나보다. 왜냐하면 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안면이 있는 것처럼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서로 다 아시는 분들인가요?'
'예... 그냥 자주 뵙는 분들이라서요'
'어떻게요?'
'아 그러니까... 이 테이블에 계신 분들은 IT분야 블로거로 활동하시는 분들입니다.'
'아.. 그럼 파워블로거요?'
'아 예... 근데 저는 파워블로거까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가 왔어요' ㅡㅡ;
'아 그래요. (웃음) 사실 저도 지나가다가 왔거든요'
재밌는 대화였다. 파워블로거 모임이라니... ㅋㅋ 가당치도 않는다. 나는 국내에 파워블로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뭐 어쨌든 나는 '변방의 블로거'라고 나를 소개했다. 변방의 블로거라... 참 누가 만들었는지 마음에 드는 용어다.
아무튼 트위터본사에서 일하는 분과의 대화라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은가...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트위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얼마전 팸투어에서 인사를 나눈 파워 트위터리안 @Social_Holic님이 알려주신 twitoster에 관한 케이스도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이때쯤 이수지님이 바쁘게 자리를 떠야 하는 것 같았는데 괜히 내가 시간을 방해한것은 아닌가 싶다. 질문의 내용은 이랬다.
'전에 소셜홀릭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트윗토스터라는 서비스를 트위터에서 인수를 했는데 트윗토스터의 시스템이 트위터에 적용을 해도 좋을 정도로 기능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그 서비스를 인수한 후 트위토스터를 중지시키고, 그 이후에도 트위터가 트윗토스터의 기능을 흡수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상당히 궁금해하시던데요.'
'아... 그건 그 회사를 인수하는 첫번째 목표가 개발자를 포섭하기 위한 것이었고, 순수히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한 인수였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는 중지시켰다고 들었어요. 실리콘밸리가 생각보다 좋은 개발자들을 찾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의외로 실력있는 개발자가 정말 없어요. '
나는 이날 로켓을 타고 날고 있었다.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주역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니. 지금도 머리속이 황홀하다. 변방의 블로거에게 이런 날이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
한편으론 일정이 다 끝나고 기자들은 기념품을 받고 나갈때까지 괜히 이수지님의 시간만 뺏은 것 같다. 하필 기념품 물량이 다 떨어져 못 받았지만 이 날처럼 큰 보람을 느낀날도 드물다. 아무튼 이수지님의 명함도 받게 되었는데... 트위터에서 일하는 사람답게 명함에는 트위터 주소만 달랑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기업문화이다. 전화번호도 없고, 이메일도 없다. 오직 트위터 주소하나만 깔끔하게 쓰여져 있다.
미키김님의 명함, 그리고 이수지님의 명함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 나의 무지 때문에 생겨난 엄청난 반전스토리가 뒤에 남아있다.
그건 바로 구글의 김현유님과 트위터의 이수지님은 부부라는 것! 실리콘밸리_글로벌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부부인것이다.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된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어쩐지 두분이 너무 친하더라!!'
U+ 구글 티비 출시 추카추카! @mickeyk 님의 집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모습^^ twitter.com/susielee/statu…
— Susie Lee 이수지 (@susielee) 10월 16, 2012
> 결론은...
그러니까 나는 우연한 기회에 존경하는 Mickey Kim(김현유)님을 만나서 명함을 받았고, 또 우연한 기회에 옆에 앉은 사람이 트위터 본사에서 일하는 첫번째 한국인 직원인 이수지(@susielee)님인데... 알고보니 두분은 부부였다는?
실리콘밸리의 주역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럴줄 알았으면 명함도 가져가고, 김현유님의 저서인 '꿈을 설계하는 힘'도 미리 사서 읽어보고 책을 가져가 싸인을 받을 것을... 이 행사가 열린 장소가 하필이면 교보문고가 바로 옆인 세종문화회관이였다. 책을 사올수도 있는 거리였다는 것 ^^
삶은 참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나도 어서 내 꿈을 실현시켜야 할 것 같다. 미키김님이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나도 '큰물에서 놀고 싶은' 사람이니까...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 Mickey Kim (김현유)님의 블로그에는 도움이 될만한 글이 정말 많다. 꿈꾸는 청년이라면 참고해보도록.
* '꿈을 설계하는 힘'이란 서적은 현재 베스트셀러이다. 최근 교보문고에서 김현유님의 강연도 있었고, 구플에 올라온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 장기출장중이라 적어도 11월 초까진 한국에 계실 듯. 강연스케줄도 많이 잡혀있는 듯 하다.
* 이수지(Susie Lee)님은 트위터 본사 첫번째 한국인 직원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트위터리안이다.
* 미키김(김현유)님에 대해서 모른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을 것이다.
[내용추가]